KDI “韓 근로자 인지역량 감소, OECD 평균보다 훨씬 빨라”… 임금체계 개편 시급
우리나라 근로자의 인지역량(수리력, 언어능력)이 연령 증가에 따라 OECD 주요국 대비 매우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이러한 근로자 인지역량 감소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역량 향상에 대한 보상 유인이 미비한 임금체계가 지목됐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14일 발표한 ‘KDI FOCUS’ 보고서를 통해 근로자의 역량 및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 확산과 평생 학습 기회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를 분석한 결과, 한국 근로자의 역량 감소 속도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빠르며, 이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 발전 시대에 국가적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20대부터 시작되는 인지역량 하락, OECD와 대조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인지역량 하락은 여타 선진국과 달리 청년기인 20~30대부터 빠르게 시작되는 특징을 보였다. 2022~23년 실시된 PIAAC 2주기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25~29세 청년층 근로자 대비 40~44세 중년층 근로자의 수리력은 14.10점, 언어능력은 18.94점 감소했다. 이는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에서 청년기에 인지역량 감소가 본격화되지 않거나 오히려 향상되는 양상과 크게 대비된다.
중·장년기로 진입하면서 역량 감소 속도는 더욱 가속화된다. 40대 초반 대비 60~65세 장년층의 수리력은 39.77점, 언어능력은 45.77점이나 급감했다. 이는 분석 대상 OECD 17개 회원국의 평균 감소폭(수리력 -24.54점, 언어능력 -28.45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보고서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인지역량이 쇠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한국 근로자의 감소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노동생산성 제고 관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역량 향상에 대한 임금 보상, 선진국 절반 수준에 그쳐
이러한 급격한 근로자 인지역량 감소의 근본 원인으로, 역량 개발에 대한 보상 유인이 극히 낮은 임금체계가 지목됐다. 국제 비교 분석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가 인지역량 향상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임금 보상은 여타 선진국 근로자가 받는 보상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23년 2주기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임금은 수리력 또는 언어능력이 1표준편차만큼 증가할 때 각각 2.46%, 2.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분석 대상 OECD 22개국에서는 평균적으로 수리력 8.16%, 언어능력 7.65%씩 증가했다. 특히 한국과 유사하게 초고령사회이며 제조업 비중이 큰 독일(수리력 14.14%)과 일본(수리력 10.34%)의 경우, 인지역량에 대한 임금 보상 수준이 매우 높은 것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높은 연공성과 대기업 쏠림 현상, 역량 개발 유인 약화
인지역량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임금체계의 연공성(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증가)이 크고 사업체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가 심하다는 점 역시 근로자 인지역량 감소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2011~12년 1주기 조사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은 근속연수가 1년 증가할 때 2.05%씩 증가해 OECD 27개국 평균(0.71%)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한, 1,0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 근로자의 임금은 10인 이하 사업체 근로자 대비 30.4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노동시장 구조하에서는 근로자가 취업 이후 지속적으로 본인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보다, 경력 초기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에 취직하는 것이 생애 소득 관점에서 훨씬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취업 이후 실질적인 역량 개발을 위해 노력할 유인은 부족해지는 반면, 경력 초기 대기업 일자리 진입을 위한 비효율적인 학력 및 스펙 경쟁은 과열되는 비효율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노동생산성 제고를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직무급·성과급 확산 및 학습 기회 보장이 해법
보고서는 자동화 시대에 근로자의 역량과 노동생산성 향상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이며, 이를 위한 첫 단추는 역량 기반의 보상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역량과 성과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을 기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근로자가 역량 향상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무급 및 성과급제 등 역량에 기반한 임금체계의 확산을 통해 근로자에게 역량 개발의 유인이 있는 근로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를 체계화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체계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근로자의 역량 개발을 위한 기회와 여건 마련도 병행되어야 한다. 역량 개발 의지를 가진 근로자가 학습·훈련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하며, 학습·훈련 프로그램을 내실화하고 임금 등의 보상과 연계되도록 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근로자 인지역량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방안으로 제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