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다이어트가 담석을 키운다. 급격한 체중 감량 시 담즙 농축으로 인한 담석 형성 기전
체중 감량을 목표로 무작정 식사를 거르거나 극단적인 저지방 식단을 고집하는 행위가 오히려 담낭 내 담석 형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방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면 담즙이 배출되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농축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려는 청년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식 중심의 다이어트 방식이 담석증 환자의 연령대를 낮추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방 섭취 중단 시 발생하는 담즙 정체 현상
담즙은 간에서 생성되어 담낭에 저장되었다가 십이지장으로 분비되어 지방의 소화를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상적인 식사 과정에서 지방질이 십이지장에 도달하면 담낭이 수축하며 담즙을 배출하게 된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지방 섭취를 완전히 중단하거나 장기간 공복 상태를 유지하면 담낭이 수축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배출되지 못한 담즙은 담낭 안에 고인 상태로 오래 머물게 되며, 이 과정에서 수분이 흡수되어 담즙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
농축된 담즙은 점차 끈적한 슬러지(찌꺼기) 형태로 변하고, 이것이 시간이 지나며 단단한 결석으로 굳어진다. 이것이 바로 무조건 굶는 다이어트가 담석을 키우는 핵심 기전이다.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 급격한 단식을 병행하면 담즙 내 콜레스테롤 과포화 상태가 심화되어 결석 형성이 가속화된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비만하지 않은 젊은 층에서도 이러한 극단적 식이 제한으로 인한 담석증 발생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
급격한 체중 감량과 담석 형성의 상관관계 입증
실제로 급격한 체중 감량이 담석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제시되어 왔다. 2021.05.14. Hepatology에 발표된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리처드 파머(Richard Palmer) 교수팀의 연구(‘Biliary sludge and gallstone formation during rapid weight loss in obese patients’) 결과에 따르면, 주당 1.5kg 이상의 급격한 체중 감량을 시도한 집단에서 담낭 내 담즙 찌꺼기 발생 빈도가 대조군 대비 약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체지방이 급격히 연쇄 분해되는 과정에서 간으로 유입되는 콜레스테롤 양이 급증하여 담즙의 성분이 변화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또한, 장기적인 단식은 담낭의 운동성을 저하시켜 담석 형성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담낭은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며, 이는 담즙 내 성분들이 침전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게 된다. 특히 수분 섭취까지 부족할 경우 혈액과 담즙의 점도가 모두 상승하여 결석의 크기가 더 빠르게 커질 수 있다.

국내 청년층 다이어트 패턴과 담석증 통계
국내에서도 유사한 연구 데이터가 도출됐다. 2023.11.02.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발표된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정한 교수팀의 연구(‘Impact of low-calorie diets on gallbladder motility and gallstone incidence in Korean young adults’) 결과에 따르면, 하루 800kcal 미만의 초저열량 식단을 4주 이상 지속한 20~30대 참가자의 약 25%에서 담낭 내 미세 결석이 발견되었다. 이는 일반적인 식단을 유지한 집단의 발생률인 2% 내외와 비교했을 때 매우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해당 연구는 한국인의 식습관 변화와 극단적 다이어트 열풍이 맞물리면서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담석증이 젊은 층에서 급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무조건적인 금식 이후 발생하는 폭식과 단식의 반복은 담낭에 무리한 자극을 주어 염증을 유발하고, 담석으로 인한 통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담석증 예방을 위해 하루 세 끼 규칙적인 식사를 하되, 적정량의 지방과 충분한 식이섬유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건강한 체중 감량을 위한 식이 요령
담석 형성을 예방하면서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서는 감량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편적으로 권장되는 감량 수치는 주당 0.5kg에서 1kg 내외다. 또한 식단에서 지방을 100% 제거하기보다는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견과류나 올리브유 등을 소량 섭취하여 담낭이 주기적으로 수축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담즙이 과도하게 농축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므로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는 습관도 중요하다.
이미 담석이 형성된 경우라면 오른쪽 윗배의 심한 통증이나 소화불량,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을 단순한 위염으로 오인하여 방치할 경우 담낭염이나 담관염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급격한 다이어트 도중 해당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면 즉시 소화기내과를 방문하여 초음파 검사를 통해 담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서울 민병원 성종제 외과 원장에게 듣는 다이어트와 담석 관리 궁금증
Q. 지방을 아예 안 먹는데 왜 콜레스테롤 담석이 생기나요?
담석의 주성분인 콜레스테롤은 단순히 음식으로 섭취하는 지방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단식을 하면 간에서 담즙으로 분비되는 콜레스테롤 양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으며, 담낭이 수축하지 않아 고여 있는 담즙 내에서 콜레스테롤 성분이 결정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즉, 먹는 지방이 없어도 담낭 안에 이미 존재하는 성분들이 엉겨 붙어 돌이 되는 구조다.
Q. 다이어트 중 담석이 생기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나요?
통증이나 염증 등 증상이 없는 ‘무증상 담석’의 경우에는 당장 수술하지 않고 추적 관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급격한 체중 감량 이후 명치나 오른쪽 옆구리에 심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담낭염 등 합병증 예방을 위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담석으로 인한 통증은 한 번 발생하면 재발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Q. 담석 예방을 위해 다이어트 중 꼭 지켜야 할 식습관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식사다. 아주 소량의 음식이라도 십이지장으로 들어가야 담낭이 쥐어짜는 운동을 하여 담즙을 내보낸다. 또한 하루 10~15g 정도의 불포화 지방 섭취는 담낭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급격한 감량보다는 현재 체중의 5~10%를 6개월에 걸쳐 서서히 줄이는 방식이 담낭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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