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안 느껴지고 냄새도 이상하다. GLP-1 복용 시 맛 잃고 냄새 왜곡될 확률 48퍼센트 증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체내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고 포만감을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대사 질환 치료의 핵심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 GLP-1 수용체 작용제가 환자의 후각과 미각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최근 대규모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부 환자들에게서 화학감각의 저하 현상이 관찰되면서 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대규모 전자의무기록 분석을 통한 감각기능 변화 추적
이스라엘 하다사 메디컬센터와 히브리대학교 연구팀은 국제 의료데이터베이스인 TriNetX Global Collaborative Network를 활용하여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 대한 대규모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대상은 후각이나 미각 이상 병력이 없었던 환자들로 구성되었으며,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처방받은 군과 다른 당뇨병 치료제를 사용한 대조군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성향점수 매칭 기법을 적용하여 양측 군의 조건을 동일하게 맞춘 결과, 각 군당 43만 8,474명씩 총 87만 명 이상의 방대한 표본이 분석에 포함됐다. 분석 대상의 평균 연령은 약 58세였으며, 여성의 비율이 55%로 나타났다.
후각 및 미각 이상 발생의 상대 위험도 분석 결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군은 추적 관찰 기간인 2년 동안 후각 및 미각 이상이 발생할 위험이 대조군 대비 약 48%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인 위험도를 살펴보면 후각 이상의 경우 상대 위험도가 81% 증가했으며, 미각 이상의 경우 52%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서 후각 이상에는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는 후각 상실과 냄새를 왜곡하여 인지하는 후각 왜곡이 포함되었으며, 미각 이상의 경우에는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다르게 느끼는 이상미각 증상이 포함됐다. 이러한 결과는 특정 약물 사용이 인간의 기본적인 감각 인지 체계에 유의미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낮은 절대 위험 증가율과 임상적 판단의 근거
상대 위험도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과 달리, 실제 환자가 체감하는 절대적인 위험 증가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수치상으로 후각 이상은 약 0.08%, 미각 이상은 0.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의료 현장에서는 약물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혈당 조절 및 체중 감량의 이득이 감각 기능 저하라는 잠재적 위험보다 월등히 높다고 평가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감각 기능의 변화가 환자의 삶의 질이나 영양 섭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임상 의사는 환자에게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
생리학적 기전 및 약물 사용 시 주의사항
연구진은 GLP-1 수용체가 뇌의 후각망울과 혀의 미뢰에 분포하고 있다는 점을 감각 이상 발생의 주요 기전으로 지목했다. 이는 GLP-1 수용체 작용제가 말초의 감각 수용체 뿐만 아니라 중추 신경 경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기존에는 당뇨병 환자의 감각 저하가 주로 신경병증이나 미세혈관 합병증에 의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이번 연구는 약물 자체가 감각 저하의 독립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후각 기능의 저하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징후와도 연관될 수 있어, 단순한 부작용 이상의 임상적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의 한계점과 향후 전향적 연구의 필요성
이번 분석은 후향적 관찰 연구로서 몇 가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감각 이상의 진단이 객관적인 검사 수치가 아닌 국제질병분류(ICD) 코드와 환자의 자가 보고에 의존했다는 점이 가장 큰 제한 사항으로 꼽힌다. 또한 시중에 유통되는 다양한 GLP-1 계열 약물들의 개별적인 특성이나 투여 용량, 기간에 따른 차이를 세밀하게 구분하여 분석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약물과 감각 이상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 짓기보다는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한 단계로 보는 것이 옳다. 연구진은 향후 객관적인 후각 및 미각 검사를 포함한 전향적 연구를 통해 약제별 영향력을 정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