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고주파 소리 방출, 인공지능 알고리즘 활용한 식물 상태 분석
식물이 외부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인간이 들을 수 없는 고주파 소리를 낸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2023년 3월 30일 학술지 ‘셀(Cell)’에 발표된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 릴라흐 하다니(Lilach Hadany) 교수팀의 연구(‘Plants emit informative airborne sounds under stress’) 결과, 토마토와 담배 식물은 수분이 부족하거나 줄기가 절단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초음파 영역의 소리를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식물이 단순히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주변 환경에 반응하여 물리적인 신호를 외부로 내보내고 있음을 확인했다.

텔아비브대 연구팀, 토마토·담배 식물 대상 정밀 음향 실험 진행
연구팀은 소음이 차단된 음향 상자 내부에 토마토와 담배 식물을 배치하고, 20~150킬로헤르츠(kHz) 사이의 고주파를 감지할 수 있는 특수 마이크를 설치했다. 실험은 식물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첫 번째 그룹은 수분을 충분히 공급한 대조군이며, 두 번째 그룹은 5일 동안 물을 주지 않아 수분 스트레스를 유도한 군, 세 번째 그룹은 줄기를 인위적으로 절단한 군이다.
실험 결과, 건강한 상태의 식물은 시간당 평균 1회 미만의 소리를 냈으나,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은 시간당 30~50회의 소리를 방출했다. 방출된 소리의 주파수는 20~100kHz 사이로 확인됐으며, 이는 인간의 가청 주파수 상한선인 20kHz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활용한 식물 상태 및 스트레스 원인 분석
연구팀은 수집된 음향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인공지능은 식물이 내는 소리의 크기와 빈도, 파형을 분석하여 해당 식물이 어떤 종류인지, 그리고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판별했다. 분석 결과, 알고리즘은 최대 약 81%의 높은 정확도로 수분 부족 상태와 줄기 절단 상태를 구분해냈다.
특히 토마토는 수분 부족이 심해질수록 소리 방출 빈도가 증가하다가, 식물이 완전히 시들기 직전에 소리가 잦아드는 패턴을 보였다. 이는 식물이 내는 고주파 소리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식물의 생리적 상태를 반영하는 정보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관 내 기포 형성 및 파열 과정인 ‘공동 현상’이 소음의 원인
식물이 소리를 내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으로는 ‘공동 현상(Cavitation)’이 지목됐다. 식물의 물관을 통해 물이 이동할 때, 수분이 부족하거나 물리적 타격을 입으면 물관 내부에 공기 방울이 형성된다. 이 공기 방울이 팽창하거나 터지는 과정에서 고주파 진동이 발생하며, 이것이 공기를 통해 소리의 형태로 방출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소리가 최대 3~5미터 거리까지 전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나방이나 쥐와 같이 고주파를 감지할 수 있는 일부 동물들이 식물의 상태를 파악하고 행동에 변화를 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스마트팜 기술 적용 및 농업 현장의 정밀 생육 진단 가능성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농업 기술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2023.03.31 연합뉴스 보도 “식물이 비명을 지른다고?”에 따르면, 학계에서는 ‘식물이 내는 초음파를 정밀 센서로 포착할 수 있다면 농작물의 가뭄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스마트팜 기술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센서를 통해 식물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초기 가뭄 피해를 즉각적으로 파악하여 적기에 관수를 실시할 수 있다. 이는 물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작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생태계 내 상호작용 연구 및 타 작물 확대 적용 계획
연구팀은 토마토와 담배 외에도 밀, 옥수수, 선인장, 포도나무 등 다양한 식물군에서 유사한 고주파 소리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2023.03.30 가디언(The Guardian) 보도에서 릴라흐 하다니 교수는 “식물이 침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과학계는 식물이 내는 소리가 주변의 다른 식물이나 곤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에 착수했다.
특히 식물의 소리 신호가 해충의 산란 억제나 천적 유인 등에 활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현재까지 식물이 의도적으로 소리를 내어 통신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물리적 현상에 의한 소리 방출 자체가 생태계 내에서 중요한 정보원으로 기능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