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정취와 근대 건축의 미학이 만나는 2026 덕수궁 밤의 석조전 체험
2026년 4월 4일 기준, 서울의 최저 기온이 5도, 최고 기온이 18도를 기록하며 완연한 봄기운이 만연한 가운데 대한제국의 황궁이었던 덕수궁이 다시 한번 야간 관람객을 위한 문을 연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은 오는 4월 8일부터 5월 17일까지 약 40일간 2026 상반기 덕수궁 밤의 석조전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대한제국 시기의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대한제국 황실의 역사를 걷는 야간 탐방
덕수궁 석조전은 1910년에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석조 건물로, 신고전주의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야간 탐방 프로그램은 전문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석조전 내부의 대한제국역사관 전시실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둠이 내려앉은 궁궐의 정적 속에서 조명을 받은 석조전의 기둥과 회랑은 낮과는 전혀 다른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014년 10월 13일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으로 개관한 이후, 이곳은 황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관람객들은 황제가 업무를 보던 접견실과 침실, 서재 등을 이동하며 대한제국이 꿈꿨던 근대 국가의 비전을 직접 확인하게 된다.
2층 테라스에서 즐기는 고종의 가배와 클래식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석조전 2층 테라스에서 진행되는 카페 체험이다. 과거 고종 황제가 즐겨 마셨던 것으로 알려진 가배차(커피)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저트 3종이 제공된다. 관람객들은 준비된 음료 4종 중 하나를 선택해 클래식 연주를 감상하며 덕수궁의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중화전과 덕수궁 분수대의 야경은 도심 속에서 느끼기 힘든 고즈넉한 정취를 선사한다. 2021년 시범 사업 당시부터 가장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던 이 프로그램은 2023년 반기별 정기 운영 체제로 전환된 이후 매번 예약 개시와 동시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접견실에서 펼쳐지는 황실의 이야기와 인생궁컷
석조전 내부 접견실에서는 대한제국 시기의 서사를 담은 창작 뮤지컬이 공연된다. 화려한 실내 장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연은 관람객들을 100여 년 전의 시간 속으로 안내한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인생궁컷’이라 불리는 셀프 포토박스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개화기 의상과 소품을 활용해 석조전의 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이 코너는 MZ세대를 포함한 전 연령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인당 3만 5000원의 유료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유산진흥원이 운영하는 티켓 예매 사이트에는 매 회차 수만 명의 접속자가 몰리며 인기를 증명했다.
국가유산 향유권 확대와 야간 문화의 진화
덕수궁 밤의 석조전은 2022년 정식 개최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궁궐 야간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이는 국가유산청이 추진해 온 ‘살아있는 국가유산’ 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단순한 보존을 넘어 국민이 직접 체감하고 즐길 수 있는 향유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한 것이다.
2026년 4월 8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행사는 현장 상황에 따라 운영 내용이 일부 변동될 수 있으며, 상세한 정보는 국가유산진흥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봄밤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마시는 따뜻한 가배 한 잔은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2026년의 봄날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