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주년 나토의 비명, 1949년 창설 비화와 2026년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 탈퇴 위기
2026년 4월 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창설 77주년을 맞았지만 축제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백악관으로 재입성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나토 탈퇴는 더 이상 고려의 대상이 아닌 확정된 미래”라고 선언하며 77년 동맹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6년 4월 1일 로이터(Reuters)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는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미국의 군사력을 공짜로 빌려 쓰던 시대는 끝났다”며 사실상 동맹 파기를 시사했다. 77년 전 서방을 지키기 위해 쌓았던 ‘정치적 울타리’가 트럼프의 ‘거래적 동맹관’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1949년의 비밀 서신: ‘미국을 안으로’ 끌어들인 베빈의 외교
나토의 탄생은 결코 순탄한 과정이 아니었다. 1948년 1월 13일, 영국의 어니스트 베빈 외무장관이 미국의 조지 마셜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 서신에는 서유럽의 절박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베빈 장관은 서신을 통해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물리적 개입이 포함된 거대한 안보 우산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간절한 호소는 결국 1949년 4월 4일 워싱턴 조약으로 결실을 맺으며, 미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평시에 유럽 안보를 책임지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러한 나토의 본질에 대해 학계는 군사 연합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 왔다. 2022년 3월 31일 학술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 게재된 역사학자들의 분석(‘The Hollow Order’) 결과, 나토는 단순한 군사 동맹을 넘어 서구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울타리’로서 기획됐다. 당시 필립 젤리코 교수 등 연구진은 나토가 공산주의라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라는 내부의 가치를 보호하는 일종의 ‘제도적 방어선’ 역할을 수행해 왔음을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이 울타리의 설계자인 미국이 스스로 담장을 허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위기의 본질은 과거와 다르다.
2026년 트럼프 2.0의 파상공세: 그린란드와 이란이라는 도화선
2026년 1월부터 본격화된 트럼프 행정부의 덴마크에 대한 ‘그린란드 매입’ 압박은 나토 내부의 균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영토 할양을 거부하는 덴마크와 이를 지지하는 유럽 국가들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과 관세 폭탄을 연계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난 3월 30일 영국 정책연구소 ‘UK in a Changing Europe’ 리포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전쟁 위기 속에서 나토가 미국의 군사 작전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조약 제5조(집단방위) 이행을 거부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2024년 후보 시절부터 이어온 그의 일관된 전략이다. 2024년 2월 1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콘웨이 유세에서 트럼프는 방위비를 내지 않는 국가에 대해 “러시아가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의 경고는 2026년 현재 ‘실질적인 행정 명령’의 단계로 진입했다. 자넌 4월 2일 ‘더 가디언(The Guardian)’ 보도에 따르면, 미 상원 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과 손잡고 ‘나토 탈퇴 방지법’을 고수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의 외교적 통치권을 제한하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2026년의 현실: 18개국에서 23개국으로 늘어난 ‘2%의 저주’
트럼프의 압박은 유럽의 국방 지형을 강제로 재편했다. 2024년 당시 18개국에 불과했던 ‘GDP 대비 2% 국방비 지출’ 달성 국가는 2026년 현재 23개국으로 늘어났다. 2025년 12월 4일 영국 정부가 발표한 ‘국제 국방 지출 통계(International Defence Expenditure 2025)’에 따르면, 독일의 2024년 국방비 지출은 전년 대비 24%나 급증하며 937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적 성과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그는 2026년 예산안에서 나토에 대한 미국의 기여도를 현재 64%에서 40% 이하로 낮추겠다는 ‘나토 3.0’ 개편안을 밀어붙이지고 있다.
2024년 2월 13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보 달더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트럼프의 접근법은 동맹을 공통의 가치가 아닌 ‘돈’으로 환산하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경고했다. 77년 전 나토 창설에 참여했던 외교관들이 꿈꿨던 ‘안보 공동체’는 이제 ‘미국 이후(Post-America)’를 준비해야 하는 유럽 국가들의 각자도생장으로 변모했다. 지난 1월 30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유럽 의회 연설에서 “미국 없는 유럽의 독자 방위는 꿈에 불과하다”고 고백하며 미국의 복귀를 호소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동맹론’은 이미 동맹의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자산을 잠식했다.
77주년의 역설: 울타리를 잃은 서구 민주주의의 미래
77년 전 나토는 소련이라는 명확한 주적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탄생했다. 하지만 2026년의 나토는 내부의 분열이라는 더 치명적인 적과 싸우고 있다. 2023년 7월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화여대 박원곤 교수는 “트럼프의 복귀는 동맹의 가치를 비용의 관점으로 치환함으로써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그 예언은 2026년 오늘 잔인한 현실이 됐다.
서방의 ‘정치적 울타리’는 이제 구멍이 뚫린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를 미국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만 정의하며, 1949년의 결속 정신을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하고 있다. 나토 창설 77주년을 맞는 2026년 4월 4일, 동맹국들은 이제 더 이상 미국에 기댈 수 없다는 차가운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나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요구하는 ‘경제적 대가’와 유럽이 고수하려는 ‘가치 수호’ 사이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균형점을 찾아야만 한다. 77년 전 베빈 장관이 마셜에게 보냈던 그 절박한 서신이 2026년 오늘, 다시 한번 유럽 외교관들의 책상 위에서 절규하고 있다. 서방의 결속은 이제 ‘미국인의 안으로’가 아니라 ‘유럽인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