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 전 이 유전자 확인, 수술 중 체온 급상승 유발하는 치명적 발열 악성고열증 핵심 정보
전신마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성고열증(Malignant Hyperthermia)은 발생 빈도가 성인 기준 약 5만 명당 1명에서 10만 명당 1명(소아 1만 5천 명당 1명) 수준으로 매우 낮으나, 일단 발병하면 단트롤렌 투여 전 치사율이 80%에 달했던 희귀 유전 질환이다.
현재 의료계는 이를 특정 마취제에 노출됐을 때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하며 체온이 분당 1~2도씩 상승해 42도 이상에 도달하는 응급 상황으로 정의한다. 마취 유도 중 예상치 못한 고열과 대사 부전이 나타날 경우 신속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기관 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환자의 유전적 소인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유일한 예방법으로 꼽힌다.

원인과 유전적 요인
악성고열증은 주로 세포 내 칼슘 조절에 관여하는 RYR1(Ryanodine Receptor 1)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마취제에 노출되어도 근육 세포 내 칼슘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석시닐콜린과 같은 근이완제나 세보플루란, 데스플루란 등 흡입 마취제에 노출될 때 칼슘이 과도하게 방출된다. 이로 인해 근육의 강력한 수축이 지속되며 엄청난 양의 열과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2021.01.01. 학술지 British Journal of Anaesthesia에 발표된 토론토 대학교 N. Riazi 교수 연구팀의 연구(‘Genotype-phenotype correlations in RYR1-related malignant hyperthermia’) 결과에 따르면, RYR1 변이를 보유한 인구 중 실제 증상이 발현되는 비율은 낮지만 잠재적 위험군은 통계보다 넓게 분포한다. 연구팀은 RYR1 유전자 내 67개의 병원성 변이 양상을 분석하여 특정 가족력이 있는 경우 마취 전 반드시 정밀 검사가 수반되어야 함을 확인했다. 현재 유전자 검사는 이 질환을 예측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주요 증상과 진단 과정
증상은 마취 직후 또는 수술 도중에 나타난다. 가장 먼저 관찰되는 징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급격한 증가와 심박수 상승이다. 이후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 강직 현상이 동반되며, 체온이 분당 1도씩 상승하여 42도에 도달하는 치명적인 고열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근육 세포가 파괴되어 미오글로빈이 혈액으로 흘러나오고, 이는 신부전이나 부정맥 등 합병증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다.
서울 민병원 조채연 마취원장은 김명희 교수는 “악성고열증은 예측이 매우 어렵지만, 수술 중 호기말 이산화탄소 분압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된다면 즉각적으로 의심해야 한다”며 “마취의는 환자의 활력 징후 변화를 1초 단위로 감시하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다수 대형 병원에서는 이러한 응급 상황에 대비한 표준 매뉴얼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치료법과 단트롤렌의 중요성
악성고열증의 유일한 특효약은 단트롤렌(Dantrolene)이다. 단트롤렌은 근육 세포 내 칼슘 방출을 차단하여 근강직과 열 생성을 억제한다.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마취제 투여를 중단하고 산소 공급을 최대화하며, 단트롤렌을 정맥 주사해야 한다. 과거에는 이 약제의 확보가 어려워 치사율이 매우 높았으나, 현재는 국가적 차원에서 희귀의약품으로 관리되어 주요 거점 병원에 상시 비치됐다.
2010.02.01. 학술지 Anesthesiology에 게재된 Marilyn Green Larach 박사팀의 연구(‘Dantrolene Dose and Administration in Malignant Hyperthermia’) 결과, 발병 후 첫 치료까지 10분 지연될 때마다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1.6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트롤렌을 즉각 투여할 경우 치사율은 5% 미만으로 급감했다. 연구팀은 초기 용량으로 2.5mg/kg을 투여함과 동시에 체온을 낮추기 위한 적극적인 냉각 요법이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환자와 가족이 알아야 할 예방책
악성고열증은 유전 성향이 강하므로 가족 중 수술 도중 고열이나 원인 불명의 사망 사례가 있었다면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이러한 경우 의료진은 흡입 마취제 대신 정맥 마취제를 사용하는 등 안전한 마취 계획을 수립한다. 확진을 위해서는 근육 생검을 통한 IVCT(In Vitro Contracture Test, 카페인 수축 검사)나 혈액을 통한 유전자 검사가 시행된다. 현재 기술로는 혈액 검사만으로도 주요 변이의 50% 이상을 찾아낼 수 있다.
수술을 앞둔 환자는 본인의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친족의 마취 관련 병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적 소인이 확인됐다면 평소 ‘악성고열증 위험군’임을 명시한 카드를 소지하여 응급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권장된다. 병원 측 역시 수술 전 문진 단계에서 관련 문항을 강화하여 고위험군 환자를 선별하는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 현재 의료계는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마취 사고 제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