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장애 환자의 잃어버린 권리, 췌장장애 등록 기준은?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 개정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췌장장애 제도를 전국적으로 전격 시행한다. 복지부가 이번에 새롭게 신설되는 췌장장애 제도를 통해 인슐린 분비 기능이 사실상 완전히 고갈되어 일상생활에 극심한 고통을 겪어온 만성 중증 질환자들을 법정 장애인 체계 내로 포용한 것이다.
사실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삶은 매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단순히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기계적인 보조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 그것이 바로 췌장 기능의 완전한 상실이다.
그럼에도 그간 췌장 장애 환자들은 장애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복지부의 췌장장애 신설은 그동안 ‘당뇨’라는 포괄적인 이름 아래 가려져 있던 중증 환자들의 고통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건으써, 단순히 복지 서비스의 종류를 하나 늘리는 행정적 절차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외형적 훼손에서 내부 장기의 기능적 부전으로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0.6ng/mL라는 숫자가 증명하는 췌장의 침묵
정부의 췌장장애 등록기준상 췌장장애 판정은 혈장포도당 농도가 140mg/dL 이상인 상태에서 측정한 C-peptide 농도가 0.6ng/mL 미만이거나, 단회뇨 C-peptide/creatinine 비율이 0.2nmol/mmol 미만이어야 한다. 이 수치는 췌장이 인슐린을 생성할 능력을 사실상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 수치를 통해 단순히 혈당 조절이 어려운 상태와, 생물학적으로 인슐린 생산이 불가능한 상태를 엄격히 구분한다.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이 기준은 환자들에게 6개월 이상의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 이력을 요구한다. 이는 다회인슐린주사요법이나 인슐린자동주입기를 통한 생존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장애 진단 또한 아무 곳에서나 받을 수 없다. 진단 직전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환자를 진료한 내과(내분비대사분과), 소아청소년과(내분비분과) 전문의만이 판정의 키를 쥐고 있다. 췌장이식의 경우는 췌장이식을 시술하였거나 이식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의 외과 또는 내과 전문의가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비공복 상태’에서의 검사 권장이다. 정상적인 식사 후 1~2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췌장이 얼마나 반응하는지를 보겠다는 것인데, 이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기능 저하를 실질적으로 측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공복 상태에서의 수치보다 식후 수치가 환자의 고통을 더 정확히 대변하기 때문이다.
다회인슐린주사요법이 일상이 된 삶
하루에도 수차례 자신의 몸에 바늘을 꽂아야 하는 다회인슐린주사요법은 단순한 치료법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기저 인슐린을 하루 1회 이상 투여하고, 매 식사 때마다 볼러스 인슐린을 주입하는 과정은 초인적인 인내를 요구한다.
이번 췌장장애 등록 기준은 이러한 ‘치료의 중증도’를 장애 판정의 중요한 잣대로 삼았다. 즉, 6개월 이상의 적극적인 인슐린치료(다회인슐린주사요법 또는 인슐린자동주입기 사용)에도 불구하고, 호전의 기미가 거의 없는 췌장의 만성적인 중증 내분비기능 이상을 보이는 경우에 장애진단이 가능하다.
다만, 전체췌장절제로 장애 고착이 명백하거나 2종 이상의 자가항체가 양성인 경우에는 치료 기간과 무관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이는 의학적으로 회복 불가능이 명백한 경우에 대해 행정적 편의보다 환자의 권익을 우선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수술 또는 치료로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장애진단을 처치 후로 유보하여야 한다. 다만, 1년 이내에 국내 여건상 그 수술이 쉽게 행하여지지 아니하는 경우와 장애인의 건강상태 등으로 인하여 수술 등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예외로 할 수 있다.
재판정 주기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최초 판정 후 매 2년마다 재판정을 받아야 하지만, 3회 연속 장애 판정을 받거나 췌장전절제술을 받은 경우에는 재판정에서 제외할 수 있다. 이는 영구적인 기능 상실에 대해 불필요한 행정 소모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췌장 이식을 받은 경우에는 ‘심하지 않은 장애’로 분류되며, 이식 후 기능이 회복되면 장애 지위가 변동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장애를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로의 이행
그간 우리는 흔히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은 모습만을 장애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췌장장애처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내부 장기의 기능 부전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대한 제약을 받는 이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은 식사 한 끼를 할 때도 탄수화물 양을 계산하고 인슐린 용량을 조절해야 하며, 시시각각 찾아오는 저혈당의 공포와 싸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췌장장애 신설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공인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할 것이며, 정부의 이번 조치로 2026년 7월 1일 이후 장애등록한 환자들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요금 감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복지 안전망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늦었지만, 너무도 다행스럽다 할 것이다.
수치 뒤에 숨겨진 국가의 책임
이번 췌장장애 신설이 우리에게 남기는 과제는 명확하다. 의학적 수치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에 있는 것이다. 0.6ng/mL라는 차가운 수치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따뜻한 복지의 손길이 될 수 있도록, 의료 현장과 행정 당국의 세심한 협력이 요구된다.
장애 등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일, 그것이 2026년 7월 1일 우리가 마주할 진짜 변화의 시작이다.
아울러 제도라는 것은 언제나 선을 긋는 작업이다. 누군가는 그 선 안에 들어와 안도하고, 누군가는 간발의 차이로 선 밖에 머물며 좌절한다. 췌장장애 등록 기준이 제시한 엄격한 수치들은 공정성을 담보하지만, 동시에 그 숫자에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고통을 외면할 위험도 안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성숙한 사회라면, 2026년 7월 1일 이후에도 이 숫자들이 담아내지 못하는 환자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장애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병듦을 입증해야 하는 환자들의 서글픈 과정을 국가가 얼마나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을지, 이제 우리 사회의 공감 능력을 다시한번 시험해 볼 시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