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암살자’ 담관암 유발하는 간흡충, 민물고기 생식 습관이 부른 담관암
국내 주요 강 유역을 중심으로 민물고기를 생으로 섭취한 뒤 발생하는 간흡충(간디스토마) 감염은 단순한 개인의 질환을 넘어 국가적 보건 과제로 부상했다. 간흡충은 민물고기를 중간 숙주로 삼아 인체에 침입하는 기생충으로, 한 번 감염되면 담관 내에서 최장 30년까지 생존하며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한다. 이 기생충의 생애 주기는 제1중간 숙주인 쇠우렁이에서 시작돼 물속으로 배출된 유충이 제2중간 숙주인 잉어과 민물고기의 근육에 침투하며 완성된다.
지난 2025년 12월 24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장내 기생충 감염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낙동강과 섬진강 유역의 일부 지역 감염률은 여전히 5%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참붕어, 모래무지 등 30여 종의 민물고기를 조리하지 않고 섭취할 경우, 위산에 의해 피낭유충의 벽이 허물어지고 십이지장을 거쳐 담관으로 거슬러 올라가 성충으로 발육한다. 이러한 경로를 통해 정착한 간흡충은 담도 벽에 물리적 자극을 주며 숙주의 영양분을 흡수해 생명을 이어간다.

“단 한 번의 생식도 위험”…전문가가 경고하는 간흡충의 만성 염증 기전
대한기생충학회·열대의학회 소속 조신형 교수(충북대 의대)는 지난 2024년 10월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간흡충 성충은 담관 안에서 하루 수천 개의 알을 낳으며 담관 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사 산물이 주변 조직에 화학적 손상을 입힌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자극은 숙주의 면역 체계를 교란하며 반복적인 미세 염증을 발생시키는 근본 원인이 된다.
학계가 주목하는 핵심은 이 염증이 ‘세포 변이’로 이어지는 논리적 필연성이다. 2025년 5월 ‘대한소화기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간흡충의 대사 산물은 담도 상피세포의 DNA 복구 메커니즘을 방해하며 암 억제 유전자의 기능을 상실시킨다. 즉, 과거 1970~80년대 강가에서 즐겼던 단 한 번의 민물회 시식이 30년이라는 기나긴 잠복기를 거쳐 2026년의 우리에게 암이라는 결과물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러한 기전은 간흡충을 단순한 기생충이 아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정의하게 만든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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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유역 감염률 여전히 5%대…식습관 개선 없는 방역의 한계
실제로 경남 밀양에 거주하며 수십 년간 민물회를 즐겨온 박정웅 씨(72세)는 최근 정기 검진에서 담관암 2기 진단을 받았다. 박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 낙동강가에서 갓 잡은 피라미를 소주와 곁들이는 것이 최고의 보양식인 줄만 알았다”며 “기생충 약 한 알이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몸속에서 수십 년간 암이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는 과거 1970년대부터 ‘기생충 박멸 사업’을 통해 감염률을 획기적으로 낮춰왔으나, 2020년대 들어 담관암 발병률이 오히려 고령층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과거 고감염기 시절에 감염됐던 인구의 잠복기가 종료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는 “매운탕처럼 100도 이상에서 충분히 익혀 먹지 않는 한 예방이 불가능하며, 민물고기를 손질한 칼과 도마를 통한 교차 감염 역시 주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프라지콴텔 투여 등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 중이지만, 이미 변형된 세포를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밀 진단 기술의 진화와 국가 차원의 전수 조사 필요성
간흡충증의 조기 발견을 위해 의료계는 진단 기술의 정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변 내 충란 검사에 의존했으나, 현재는 유전자 증폭 기술(PCR)과 고해상도 초음파를 결합하여 소량의 감염 수치도 잡아낸다. 2026년 1월 대한감염학회가 발표한 ‘기생충 질환 진단 가이드라인’은 담관암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 민물고기 생식 경험이 있는 경우 반드시 연 1회 이상의 정기 검진을 받을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담관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이 곧 사형선고’라고 불릴 만큼 예후가 좋지 않다. 하지만 암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인 담관염 상태에서 간흡충을 제거하면 발병률을 최대 80%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임상 데이터의 증명이다. 결국, 과거의 잘못된 식습관이 현재의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국가 차원의 전수 조사와 더불어 민물고기 생식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보건 당국은 2026년 하반기부터 강 유역 거주 60대 이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담관 정밀 전수 검진 사업’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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