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본 리쇼어링 총동원, 해외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 100% 확대 전격 시행…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1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동 전황의 격화와 고유가 충격이 겹치며 외환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지난 3월 1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환율안정 3법’을 사실상 즉시 시행하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대책은 개인 투자자의 국내 복귀를 돕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와 ‘환헤지 과세특례’, 그리고 기업의 해외 유보금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100% 확대’를 골자로 한다. 정부는 입법 완료 전이라도 법안 부칙의 소급 적용 조항을 활용해 어제(23일)부터 발생하는 모든 관련 거래에 대해 세제 혜택을 보장하기로 했다.

기업 자금 환류의 핵심, ‘수입배당금 전면 비과세’ 카드
이번 통합 대책 중 가장 파괴력이 크다고 평가받는 대목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100% 확대’다. 기존 법인세법 제18조의4에 따르면 국내 모기업이 지분 10%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해외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해서는 95%만 과세 대상에서 제외(익금불산입)됐다. 하지만 정부는 2026년 한 해 동안 이를 100%로 상향하여,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올 때 발생하는 법인세 부담을 완전히 제거했다.
지난 2025년 12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홍기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해외법인의 유보금 규모가 1,100억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5%의 추가 비과세는 기업들이 자금을 국내로 유입시키는 결정적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세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유보금을 외환시장에 공급하여 환율을 안정시키는 ‘자본 리쇼어링’ 효과를 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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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기업의 협공, RIA와 환헤지 특례의 시너지
기업이 거대 자금을 움직인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RIA 계좌와 환헤지 특례를 통해 외환시장의 실핏줄을 채운다. RIA 계좌는 2025년 12월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해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 면제해 준다. 특히 오는 5월 31일까지 매도 및 환전을 마치는 투자자에게는 전액 비과세라는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여기에 개인투자자가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물환 매도 등 환헤지 상품에 투자하면 매입액의 5%를 해외주식 양도소득에서 추가로 공제해 주는 특례도 병행된다. 지난 19일 인베스팅과의 인터뷰에서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개별적으로는 작아 보이는 개인의 환헤지 물량이 모이면 증권사의 현물 달러 매도를 유도하여 시장 전체의 달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7년 만의 고환율 사투, 정책의 실효성과 투자자 주의사항
증권업계는 이번 ‘환율안정 3법’의 통합 시행에 맞춰 대대적인 고객 유치전(戰)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RIA 계좌 가입 고객에게 환전 수수료 제로(0)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해외자회사를 둔 법인 고객들을 위해 배당금 환류 컨설팅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에만 매몰되어 투자 리스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RIA 계좌의 경우 1년라는 의무 보유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감면받은 세액을 이자까지 얹어 반납해야 하는 ‘사후관리’ 조항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한편,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환율안정 3법은 외환 시장의 심리적 패닉을 막기 위한 강력한 ‘창’과 ‘방패’가 될 것”이라며 “기업과 개인이 자발적으로 달러를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환율 1,500원 시대를 조기에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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