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간고등어가 유명해진 이유, 안동 간고등어 영덕 이송 과정 중 하루의 염장 비결
경상북도 안동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안동 간고등어는 바다가 없는 내륙 지역에서 발생한 독특한 식문화의 산물이다. 현재 안동 간고등어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나, 그 명성의 근원은 과거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영덕 해안가에서 안동 내륙까지 고등어를 운반하던 고단한 여정에 있다.
영덕에서 잡힌 고등어가 안동에 도착하기까지 소요된 시간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염장 방식이 현대인들이 즐기는 특유의 감칠맛을 만들어낸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내륙 도시 안동과 영덕 바다의 지리적 거리
과거 영덕 강구항에서 잡힌 고등어가 안동 장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약 80km에 달하는 십 리 길을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당시 등짐꾼이나 달구지를 이용한 운반 방식으로는 꼬박 이틀의 시간이 소요됐다. 고등어는 부패 속도가 매우 빠른 어종이기 때문에 냉동 시설이 없던 시절에 내륙으로 신선하게 운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운반 과정에서 소금을 치는 염장법이 도입됐다.
2018년 5월 12일 안동문화원이 발간한 ‘안동의 식문화 기록’에 따르면, 영덕에서 출발할 때 1차적으로 가볍게 소금을 뿌린 고등어는 안동으로 향하는 고갯길을 넘으며 서서히 절여지는 과정을 거쳤다. 습도가 높고 기온이 변하는 야외 환경에서 고등어 내부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소금이 살 속으로 침투하는 물리적 변화가 이동 시간 내내 지속됐다. 이는 단순히 보존력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생선 단백질이 분해되며 맛을 내는 아미노산으로 변하는 숙성 단계로 이어졌다.
임동 챗거리 장터에서 이루어진 막바지 염장
고등어 운반 경로 중 가장 중요한 지점은 안동으로 진입하기 직전인 ‘임동 챗거리 장터’였다. 영덕에서 출발한 고등어가 안동 시내로 들어가기 하루 전 머무르는 마지막 기착지다. 이곳에서 고등어의 부패를 막기 위한 최종적인 염장 작업이 수행됐다. 이를 전담하던 전문가를 ‘간잡이’라고 불렀으며, 이들이 고등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을 치는 시점이 안동 간고등어의 맛을 결정짓는 핵심 포인트가 됐다.
2023년 11월 15일 지역경제포럼과의 인터뷰에서 이동삼 안동간고등어 명인은 “안동 장터에 도달하기 전 마지막 고개에서 소금을 치는 이유는 상하기 직전에 소금을 투입할 때 발생하는 특유의 발효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가 지고 기온이 떨어지는 저녁 무렵에 이루어지는 이른바 ‘하루의 염장’은 고등어의 육질을 단단하게 만들고 비린내를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렇게 처리된 고등어는 다음 날 새벽 안동 장터에 도착했을 때 가장 맛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이해를 돕기위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자연 숙성이 빚어낸 독특한 감칠맛의 과학
안동 간고등어가 일반적인 자반고등어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인위적인 냉장 시설이 아닌 자연적인 온도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숙성’에 있다.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온도 변화는 소금의 삼투압 현상을 가속화하며 고등어 자체의 효소 작용을 돕는다. 이는 현대 식품 공학의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된다.
2021년 10월 학술지 ‘식품산업학회지’에 게재된 경북대학교 식품공학부 연구팀의 논문(‘염장 방식에 따른 고등어 육질 변화 연구’) 결과, 상온에서 일정 시간 이동하며 염장된 고등어는 즉시 냉동 처리된 고등어에 비해 유리아미노산 함량이 약 15.4%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동 중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스트레스 숙성’이 단백질 분해를 촉진하여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이노신산(IMP)을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즉, 영덕에서 안동까지 오던 하루의 시간이 맛의 과학적 근거가 된 셈이다.
지역 브랜드로 안착한 전통 식문화의 보존
현재 안동 간고등어는 단순히 지역 음식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수산물 가공 브랜드로 성장했다. 과거의 운반 방식은 현대화된 물류 시스템으로 대체됐으나, ‘임동 챗거리 장터’의 간잡이들이 고수하던 염장 법식은 현대 공정에도 그대로 계승되어 적용되고 있다. 안동시는 이를 보존하기 위해 간잡이 문화의 무형유산 등록 및 전수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안동 간고등어는 지리적 한계를 지혜로 극복한 선조들의 문화 자산”이라고 밝히며, 전통 방식의 염장 기술을 과학적으로 데이터화하여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현재 대형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안동 간고등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과거 이틀간의 고된 여정이 현대에 이르러 지역의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승화된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