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의 괜찮다는 말 믿어도 되나? 도장 찍은 임차인들… 법원 “자료 없어도 설명 책임” 강조하며 보증금 손실 배상 책임 강화
전세 계약 체결 시 공인중개사가 습관적으로 건네는 “이 집은 아무 문제 없다”는 한마디가 실제 사고 발생 시 임차인의 보증금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한다는 법원의 냉정한 판단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2026년 현재, 전세 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단순한 개인 간의 분쟁을 넘어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되면서, 사법부는 중개사의 고지 및 확인 의무를 과거보다 훨씬 엄격하게 묻고 있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2023년 12월 21일 대법원이 선고한 2022다211718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중개사가 임대인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지 못했더라도,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위험 요소를 직접 조사하고 설명해야 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판시했다. 이는 중개사가 단순히 임대인이 자료를 안 줘서 몰랐다거나 등기부에 없어서 몰랐다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음을 천명한 판결이다. 이 판례는 2026년 현재까지도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 의무의 법리적 한계를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잣대로 작용하고 있으며, 사실상 중개사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한 단계 격상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왜 50% 배상에 그치나… 임차인의 자기 보호 의무 논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중개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피해액 전체를 배상받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올해 1월 29일 수원지방법원 민사17부(부장판사 맹준영)이 내린 판결은 이러한 사법부의 배상 책임 산정 기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법원은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사건의 임차인 39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공인중개사가 공동근저당권 등 권리관계를 형식적으로만 기재하고, 실제 선순위 보증금 등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임차인 역시 스스로 정보를 확인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자기 보호 의무’가 있다는 점을 들어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지금 김진환 변호사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원은 임차인에게도 스스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위험성을 최종 판단해야 할 자기 보호 의무가 있다”고 본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중개사의 설명에 오류가 있더라도 임차인이 계약의 당사자로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그 과실을 상계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50% 배상 경향은 임차인들에게 전문가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직접 서류를 챙기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되고 있다.
2026년 강화된 제도와 HUG 안심전세 앱 3.0의 등장
제도적 허점을 보강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가팔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4년 2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중개사가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와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 현황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즉, 국토교통부느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서식을 대폭 강화됐고, 중개사는 이제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체납 여부와 선순위 세입자의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반드시 서류에 명기해야 한다. 이에 실제 현재 전세 계약 현장에서는 중개사가 “문제없다”고 말하는 대신, 강화된 서식을 통해 “현재 선순위 보증금 합계가 00억 원이며, 경매 시 예상 배당 순위는 00위”라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해야 법적 면책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중개사가 이 수치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기재했다면, 향후 소송에서 배상 책임 비율은 50%를 넘어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현재, 전세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HUG 안심전세 앱 3.0(가칭)이다. 이 앱은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임대인의 실시간 국세 지방세 체납 정보와 전입세대 현황을 공인중개사와 임차인이 공동으로 즉시 조회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술적 완비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여전히 현장에서의 기록이 최우선이다. 국토교통부는 “시스템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 전까지는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라는 문서에 모든 위험 요소를 명문화하는 것이 임차인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과거 2024년부터 이어져 온 제도 보완 사업들이 2026년에 이르러 비로소 데이터 통합이라는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보증금을 지키는 실전 대응… “서류에 남지 않은 말은 증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개사의 구두 약속보다는 문서화된 증거의 힘을 강조한다. 유니온법률사무소 이재권 대표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에 임대인의 자료 제공 거부 사실이 명시됐는지, 신탁 원부나 건축물대장의 불일치 사항이 기재됐는지가 향후 소송의 승패를 가른다”고 조언했다.
이에 임차인이 전세 계약 현장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실천 수칙은 명확하다. 첫째, 중개사의 모든 설명을 확인 설명서 서면에 구체적으로 적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둘째, 임대인이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면 그 거부 사실 자체를 서류에 남겨야 한다. 셋째, 신탁 주택인 경우 반드시 신탁 원부 사본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서울 노원에서 최근 계약을 마친 이현정(32) 씨는 중개사가 귀찮아하더라도 확인 설명서 수정을 요구했다며 결국 서류에 남긴 한 줄이 내 재산을 지켜준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고금리가 겹친 2026년 경제 상황 속에서, 전세 보증금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힘은 결국 실증적인 기록 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