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인 줄 알았는데 암” 자칫 지나치기 쉬운 항문암의 초기 증상과 자가 진단
항문암은 항문관 및 항문 주변부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국내 전체 암 발생 중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초기 증상이 흔한 치핵과 매우 유사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중적으로 치질이라 불리는 치핵은 항문 주변 조직이 부풀어 오르거나 늘어지는 양성 질환인 반면, 항문암은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으로 인해 주변 조직을 파괴하고 전이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배변 시 출혈이나 통증을 단순 치질로 자가 진단하여 방치하다가 병세가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두 질환은 발병 원인부터 경과까지 완전히 다르기에, 이를 구분하는 결정적 단서들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배변 습관의 변화와 지속적인 이물감의 실체
항문암과 치핵을 구분하는 첫 번째 결정적 차이는 배변 습관의 변화 양상에 있다. 일반적인 치핵은 배변 시 일시적인 통증이나 돌출이 나타났다가 휴식을 취하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항문암은 종양이 성장하면서 항문관 내부의 통로를 좁히기 때문에 변의 굵기가 가늘어지거나, 변을 본 후에도 변이 남아 있는 듯한 잔변감이 장기간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치핵 환자가 호소하는 이물감은 항문 밖으로 조직이 밀려 나오는 느낌인 경우가 많으나, 항문암 환자는 항문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꽉 차 있는 듯한 압박감을 호소하는 빈도가 높다. 이러한 배변 양상의 변화가 현재 시점에서 2~3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항문 질환이 아닌 악성 종양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출혈의 색상과 종괴의 촉각적 특성 분석
두 번째 차이점은 출혈의 양상과 환부에 만져지는 종괴의 질감이다. 치핵에 의한 출혈은 대개 선홍색을 띠며 배변 직후 뚝뚝 떨어지거나 휴지에 묻어 나오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반면 항문암의 출혈은 종양 조직의 괴사나 궤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선홍색보다는 다소 어둡거나 점액이 섞인 듯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더 중요한 지표는 항문 주위에 만져지는 덩어리의 성질이다. 치핵은 혈전이 동반되지 않는 한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조직감을 가지며 손으로 밀어 넣으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항문암으로 인한 종괴는 매우 딱딱하고 주변 조직과 고정된 느낌을 주며, 손으로 눌렀을 때 심한 통증을 유발하거나 형태가 불규칙하다는 차이가 있다.
웰니스병원 강동완 병원장(대장항문외과)은 “항문 부위의 질환을 부끄럽게 여겨 증상을 숨기다가 병을 키우는 안타까운 사례가 여전히 임상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배변 습관의 변화나 출혈을 단순한 치핵으로 치부하지 말고,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정기적인 검진을 생활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환자 스스로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전문 의료진을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통증의 주기성과 체중 감소 등 전신 증상
세 번째는 통증이 발생하는 주기와 전신에 나타나는 동반 증상의 유무다. 치핵 통증은 주로 배변 시에 집중되며 배변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잦아드는 패턴을 보인다. 반면 항문암은 종양이 주변 신경을 압박하거나 침범하기 때문에 배변 여부와 상관없이 둔탁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단순 치질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 극심한 피로감, 서혜부(사타구니) 림프절의 부종 등이 동반된다면 이는 암세포가 전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전신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이미 암이 상당 수준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즉각적인 정밀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위험 요인과 정기적인 검진의 사회적 필요성
항문암의 발생 원인으로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가장 주요하게 꼽히며, 이는 자궁경부암의 원인과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흡연, 만성적인 항문 염증 질환, 면역 억제 상태 등이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 치핵이 직접적으로 항문암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문의 만성적인 자극과 염증은 암 발생의 간접적인 배경이 될 수 있다.
많은 환자가 항문 질환을 부끄럽게 여겨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경향이 있으나, 항문 수지 검사나 내시경 검사만으로도 암의 조기 발견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초기 항문암은 수술적 절제 외에도 방사선 치료와 항암 화학 요법의 병행을 통해 항문의 기능을 보존하며 완치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증상을 방치하지 않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 민병원 대장항문외과 성종제 원장에게 듣는 항문암과 치핵의 변별점
Q. 환자가 스스로 항문암과 치질을 완벽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자가 진단만으로는 두 질환을 100% 구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항문 주변에 만져지는 혹이 돌처럼 딱딱하거나 배변과 상관없이 통증이 24시간 지속된다면 단순 치질보다는 종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변의 굵기가 평소보다 확연히 가늘어진 상태가 현재 시점에서 한 달 가까이 이어진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Q. 항문암 진단을 위해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검사는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검사는 항문 수지 검사다. 의사가 장갑을 끼고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직접 종괴의 유무와 질감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의심 소견이 발견되면 항문경 검사나 대장 내시경, 그리고 확진을 위한 조직 검사를 차례로 진행하게 된다. 최근에는 MRI를 통해 암의 침범 범위를 정밀하게 파악하기도 한다.
Q. 항문암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생활 수칙이 있다면?
HPV 백신 접종은 항문암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금연은 필수적이며, 항문의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하는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배변 시 출혈을 ‘으레 있는 치질 증상’으로 치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성인이라도 배변 양상에 변화가 생긴다면 이를 신체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로 인식하고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 놓치면 후회하는 기사 🔥

